역행자가 시키는 대로

인생은 확률게임이라는데 [역행자가 시키는 대로]

IYW 2022. 10. 30. 20:32

전반적으로 어촌에서의 일정은 의미있었다. 하지만, 모든 순간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지는 못했기에 아쉬움이 남는다.

 

어촌에서 일정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제대로 책을 읽지 않았다. 읽지 않은 것도 아니고 제대로 읽지 않아서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없었다. 내용이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 아침에 잘 일어나 달리기를 해서 피곤하다는 무의식적인 핑계를 대고는 시트에 기대서 잡담만 잔뜩 늘어놓았다.

 

조용한 해변을 달리는 일은 상쾌함과 동시에 분주한 어촌의 주말을 알 수 있는 다채로운 활동이었지만, 달리는 것의 가장 큰 목적은 뇌를 깨우고 창의적이고 긍정적인 사고를 하기 위함이었기에 그 소명을 다하지 못했다. 적당히 뛰거나 꾸준히 뛰어서 피로 때문에 남은 하루를 제대로 보내지 못하는 실수는 하지 않도록하고 이를 위해 무리한 운동은 삼가하기로 했다.

 

 

집으로 돌아와 약간의 집안일을 하고 자리에 앉아 바로 글을쓰지만 아무렴. 책을 읽은 내용이 잘 생각이 나지 않아 다시 책을 펼쳐보고 내가 어떤 부분을 읽었는지 읽고나서야 글을 쓰기 시작했다.

 

'역행자' 중 인생은 확률 게임이라는 부분은 감정이나 상황 심리적인 기제들의 유혹에 속지않고 오로지 게임의 확률에 배팅하라는 내용이었다. 그렇게 행동하기 위해서는 나의 심리기제를 잘 이해하고 유전자를 이겨내야한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고 내 경험을 빗대어 생각해보기로 했다.

 

아차, 나는 확률 게임 이론을 가챠에나 있는건줄 알았지 내 삶에 적용해서 확률 게임을 시도한, 아니 확률 게임을 적용해서 사고를 해본 기억이 없었다.

 

하지만 내가 읽고 이해한 내용을 내 삶에 적용시키기 위해서 부가적인 활동을 하기로 마음먹은 이상,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해결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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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이지만, 내가 회사를 다니며 퇴근 후 책을 잘 읽고 역행을 시도하며 글을 쓰는 것과 내가 퇴사를 하고 남은 온전한 시간들을 모두 역행에 투자하는 것 중 어떤 것이 내 발전에 더 도움이 될 수 있는지 두가지를 비교해서 생각해보자.

 

1. 시간

일상적인 하루라면, 최소 수면시간 7~8시간 수면하기위해 나는 저녁 11시 30분 전까지 침대에 누워야한다. 따라서 퇴근 후 운동하고 식사하고 걷고 글을 쓰고 씻고 책을 읽기 위한 시간은 5시간 남짓 남는다.

 

퇴사를 하고 남은 시간을 온전히 투자한다고 상상해보자. 최소 생활비를 벌기 위해서라도 주 5일 하루 5시간 알바는 해야할 것이므로,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9시간 정도다. 

 

시간으로 비교해 보았을때, 퇴사 후 시간적 여유가 더 많아 공부에 집중할 수 있는 겨를이 더 많을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육체 노동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다시 책을 펴고 공부를하고 글을 쓰는 일을 꾸준히 할 수 있는 거라는 자신이 조금 모자라다. 전업 전환 후 퇴근하고난 저녁 시간을 온전하게 잘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조금 부족한데, 여기까지만 생각해도 내가 나를 다그칠 수 있을만한 심리적인 오류가 두가지 보인다.

 

내가 현재 선택한 것을 더 옳게 만들어 줄 확증편향과 내가 선택한 것 이외의 것에는 더 까다롭게 반응하는 동기에 의한 추론을 적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일단, 시간에서는 그래도 전업이 조금 여유로워 보이는 것으로 생각해보자.

 

2. 업무강도

업무강도로 보면 회사업무는 머리를 쓰거나 유동적으로 몸을 쓰는 일들이 있을 것이고, 알바는 몸을 쓰는 일이 대부분이지만 머리를 써서 업무를 개선하는 일이 조금 있을 것이다.

 

회사에서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머리를 쓰는 일은 뇌의 20% 에너지를 사용하는 일이다. 이에 비해 알바는 머리보다는 몸을 더 많이 사용할 것이다.

 

그런데, 이왕 알바를 하면 나에게 적용되는 시스템과 해당 매장이 어떻게 수익을 발생시키고 마케팅은 어떻게 하는지 등 틈틈히 공부와 함께 배워나갈 것이기 때문에 사실 몸을 더 사용하는 것 외에는 머리를 쓰는 방향이 다를 뿐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업무 강도는 사실 큰 차이가 없을 수도 있을 것 같고, 다만 회사에서 제공하는 복지가 알바에는 적용되지 않을 것이므로 몸이 조금 더 힘들다는 점에서 회사가 조금 더 나을 수 있다고 생각해본다.

 

물론, 여기도 확증편향과 동기에 의한 추론이 적용된 구석이 보인다.

 

3. 나의 의지

회사와 전업을 비교해 보았을때, 오전 4시간이 있다는 것 정도가 가장 큰 차이라고 생각된다. 이렇게 보았을 때, 오전에 4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따라 많은 차이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나의 의지는? 내가 나를 믿고 오전 4시간을 잘 쓰고 몸과 정신을 쓰는 서비스업을 잘 해내고 와서 집에서 남은 5시간을 알차게 사용할 할 것이라는 믿음과 의지.

 

아, 이 얼마나 알량한 자의식 과잉과 자의식 보호 그리고 클루지가 잔뜩 작동하고 있는 심리적 오류란 말인가.

 

확률게임을 위한 추론을 하면서도 나는 나를 믿고 내가 객관적이라고 생각하는 주관을 구석구석 너무나 잘 사용한다.

 

4. 결론

내가 생각해도 회사와 전업을 비교한 일은 이제껏 배운 내 심리적 오류들을 찬찬히 복습하는 시간을 가진 것 같다.

 

조금 재밌기도하고 내가 얼마나 바보 같은 선택과 생각을 할 뻔했는지 다시 생각해본다.

 

물론, 전업이 알고보면 더 대단히 좋은 추월차선일 수 있으나, 현재 회사에 입사한지 얼마 되지 않았고, 회사에서 주어지는 업무 자유도와 복지 그리고 월급이 주는 안정적인 삶을 포기할 수가 없다.

 

이를 포기하는 것이 마치 역행자의 삶을 사는 것 같고, 배수의 진으로 나를 더 다그쳐서 잘 이끌어내고 잘 해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인 것 같지만 사실 그렇게 판단하는 것이 조심스럽다.

 

두가지 판단 모두 어떤 것이 더 나은 생각이고, 어디에서부터 심리적인 오류가 난무하는지 제대로 판단할 수 없는 현 상황에서는 내가 퇴근하고 5시간 중 못해도 2시간은 투자해서 책을 읽고 글을 쓰는 행동을 더 해보려고 한다.

 

오늘 느낀 것이지만, 더 나은 선택은 더 나은 선택을 부르고, 더 나은 선택이지만 내가 감당할 수 없었던 선택은 그리 더 나은 선택을 낳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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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률게임을 위해 논하려고 했으나, 확률은 무슨 심리적 오류만 잔뜩 생각했다.

 

그래도 생각해볼만한 점이 있었다. 내가 확률 게임 부분을 읽으면서 의문이 들었던 부분과 비슷한 의문이 같이 들었는데, 확률이 어디가 어떻게 좋은지 알기 위해서는 특정한 그 확률 게임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어떤 것이 더 확률이 높은지 모르는데 어떻게 배팅하는가. 그것은 도박이다.

 

심리적인 오류도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심리적인 오류를 범한 것인지, 제대로된 판단을 한 것인지 알 수 없는데 선택을 하는 것은 도박이지 않겠는가.

 

물론, 더 나은 선택을 할 확률이 높이기 위해 지금 이렇게 노력하고 공부하는 것이지만, 배움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책을 더 읽고 스스로에 대한 고찰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다독, 다작, 다상량에 신경쓰고 노력하기위해 주변에 더 많이 알리고 휴대폰 대신 책을 들고 화장실을 다니며, 불필요한 술자리를 줄이는 대신 필요한 식사자리를 늘려야겠다.

 

 

 

한주가 마무리되고 내일 다시 출근을 한다.

 

이번주에서 나는 5일간 글을 쓰고 책을 읽었다. 놀랍다. 내가 이렇게 꾸준해보다니.

 

나름의 글쓰기에 흥미를 느끼는 것 같다.

 

자청님의 블로그 잘하기?에 부쩍 관심이 간다. 배보다 배꼽이 커서는 안되겠지만, 다음주에는 그 블로그에 들어가 10분 정도는 읽고 따라 실천해봐야겠다. 무슨 내용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래도 지금보다는 더 나은 선택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