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행자가 시키는 대로

읽고 먹고 걸었다 [역행자가 시키는 대로]

IYW 2022. 10. 29. 22:29

일정으로 인해 어촌에 다녀왔다.

 

읽고 먹고 걷고 읽고 먹고 다시 또 걸었다.

 

같은 길이 누군가와 같이 걸을때와 혼자 걸을때 많이 다르게 느껴졌다.

 

생각보다 책을 많이 읽게 될 줄 알았는데, 시골 집에 와도 내가 생각하는 것 만큼의 여유는 없었다. 고즈넉하게 보이는 풍경과는 다르게 어촌도 많이 바빴다는 것을 잊고 있었다.

 

대단한 식사를 한 것은 아니었지만 단지 두끼 식사를 준비하고 먹고 치우는 것 만으로도 하루가 훌쩍 지나갔다.

 

많은 대화와 많은 생각을 했고 마찰도 있었다.

 

그리고는 도망치듯 나와서 걸었다.

 

조금 걸으니 생각이 정리되기 시작했다.

 

오늘 있었던 마찰로 인해 내가 예민하게 반응하고 흥분하는 일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나는 누군가가 내 능력의 한계를 안다는 듯이 말하고 현실이라 말하며 지금 삶을 충실하게 살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몹시 기분이 나쁘고 흥분한다.

 

물론, 현재 내가 가진 능력을 정확하게 말하는 것에 대해서는 기분이 나쁘지만 인정한다고 상대에게 말한다. 하지만, 지금의 내 능력을 기준으로 미래의 나를 지래짐작하는 것에 과민반응한다. 나는 언성이 높아지고,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하여 팩트가 무엇인지 논하는 실수를 범했다. 이 사실은 내가 걷지 않았더라면 그저 기분만 나쁘고 지나가버렸거나 무의식 속에만 남아있을만한 일이다.

 

이 문제의 해결방안에 대해 생각해봤다. 당장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지만, 꾸준히 내 능력을 키워가고,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수들을 찾으며, 내가 판단한 이 한 수가 과연 최선인지 다시 의심해보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더 나은 수가 더 나은 수를 만든다. 앞으로 더 나은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독서를 꾸준히 할 것이며, 글쓰기도 조금은 더 깊이가 있도록 써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의 마찰을 돌아보며 스스로에게 많은 자극이 되었다.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있어 진심으로 감사하다.

 

걱정했던 위와 다르게 오늘도 물론 좋은 일이 있었다.

 

이동하는 중에 '역행자'를 읽었고, 카페에서는 '클루지'를 읽었다. 역행자는 쉽게 읽혔고, 클루지는 어렵지만 골똘히 생각해볼 수 있는 여지를 많이 남겨주었다. 특히 클루지에서 '동기에 의한 추론'이 인상깊게 느껴졌는데, 확증편향과 비슷해서 이해하기 어렵지 않았다. 인간은 어떤 한가지를 믿는다면 그에 반하는 것에 대하여 굉장히 까다롭게 반응한다는 것이었다.

 

안타깝게도 내가 오늘 겪었던 마찰에서 '동기에 의한 추론'을 아주 잘 실행하고 있었다.

 

현재의 내 능력으로 미래를 점철하는 일에 대하여 과민반응한 일이다. 그 미래도 사실 순리자의 삶에서 본다면 착실하고 성실하게 준비하는 50~60대에 자가 마련을 성공하는. 그런 나쁘지 않은 미래였다. 간간히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것에 대한 수익도 챙기며 정년퇴임 이후 노후를 준비하는 그런 삶이었다.

 

하지만, 이 미래에서는 경제적 자유는 은퇴하고 난 후에도 없었다. 나는 그러한 미래를 살고 싶지 않았고 경제적 자유를 더 빠르게 실현하고 내가 하고 싶은 꿈을 실현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 22법칙을 지키려고 노력하며, 역행자의 7단계를 순서대로 빠짐없이 실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래서, 상대가 현재의 내 능력을 기준으로 점철한 그 미래에 대하여 시기와 순서 방향성 등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방향에서 까다롭게 질문했고, 그 미래가 이뤄진다고 한들 내 삶이 그리 행복하지 않을 것이며, 나는 그런 삶을 지향하지 않는다고 날카롭게 설명했다.

 

사실, 동기에 의한 추론에 대해 이해했음에도 불구하고 불과 하루가 지나지 않아 그를 실천하는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이를 경험하며 책을 읽고 이해한다고 끝이 아니라 필사나 읽은 내용에 대해서 정리하는 듯한 부가적인 과정을 거쳐야 내가 삶에 적용할 가능성이 조금은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클루지 뿐만 아니라 내가 책 또는 경험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다양한 세상의 필터들을 삶에 적용하기 위해 매일 글을 쓸 때마다 읽은 책에 대한 내용을 언급하고, 내가 경험한 사례를 같이 적는 부가적인 과정을 거치도록 하겠다.

 

 

그리고,

 

사랑스러운 따뜻한 핑크빛에서 차갑지만 그리 날카롭지 않은 보라빛으로 옷을 갈아입는 노을과 그를 비추는 적어도 3개월은 닦지 않은 듯한 거울을 닮은 바다, 노을을 따라 어느 한 곳으로 몰려가는 듯한 인파를 닮은 새털 구름들이 분주한 가을 하늘

 

그리고,

 

그 깊은 시골에서 하와이 컨셉을 잔뜩 품고서 바로 옆의 텃밭과 경운기 소리가 잘 어울리는 아이러니 하지만 정말 깔끔하고 맛있는 코나커피를 파는 카페를 찾아버린, 오늘도 참 잘 보냈던 내 하루에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