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그대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써야 했기에 나는 내 소임을 다해야 했기에.
오늘은 아주 가까운, 내 인생에 많은 변화를 준 그리고 그 방법은 그리 유쾌하지 않았으나 내 성격을 활발하게 변화시켜준 몹시 가까운 친구의 조부상이 있었다.
일주일밖에 되지 않았지만, 나는 나의 내일과 오늘의 내 행동을 맞바꾼 행동을 했다.
그렇다. 소주를 마셨다. 많이.
퇴근하고 장례식장에 가기까지도 회사에서 틈틈이 책을 읽고 이상한 마케팅 회사의 홈페이지도 들어가고 아카데미도 들어가서 읽어보고 블로그와 프드프에 대해 알아보고 회사 재계약도 새로 하고 연봉도 올리고 복지도 추가로 더 건의해서 받아내고 스스로 약속한 대로 헬스장 3개월을 등록했고 오늘부터 운동도 잘하고 나왔다.
물론 굳이 이걸 말하는 것은 내가 가진 죄책감을 줄이고자 자의식이 애쓰는 결과다.
여튼 결과적으로는 술을 마셨다. 자기개발을 하고 걷고 책을 읽을 시간에 술을 마셨고, 늦은 시간 돌아와 올바른 수면시간을 가지지 못할 것이며 내일의 내 판단은 오늘만큼 좋지 못하리라.
더 나은 판단을 하지 못했음에 침통해하지만 그래도 후회는 없다고 믿고 있는 내 스스로가 끝끝내 부끄럽다고 느낀다.
그래도 용기를 내서 자의식 과잉을 자랑하자면, 정말 소중한 내 친구를 그리고 그의 조부님을 그리며 그와 나눈 술자리는 그냥 한잔 하는 의미는 아니었다고 믿고 싶다.
물론, 더 나은 마음으로 깊은 위로와 진심을 전할 수 있었을 것이고 술이 아니어도 대안이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 내가 술을 굳이 마신 것이다.
그래도 내 행동에 조금 위안을 받고 싶었던 것은 나의 자의식 과잉과 유전자의 오류와 파충류와 포유류의 뇌가 바라는 점인 것을 알고 있다.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더 견고해지도록, 그리고 더 많은 위안과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오늘처럼 술로 하는 위안 말고 정말로 깊은 위로와 현실에서도 도움이 되는 그런 경제적이고 실리적이 위로를 함께 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더 나아져야겠지. 그리고 더 노력하고 꾸준해야겠지.
오늘은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었던 나를 놓아버린 내 스스로가 마음 아프고, 소심하고 어울리지 못했던 나를 조금은 사회화시켜준 내 친구에게 작은 위로가 될 수 있음에 기뻐하는 내가 많이는 밉지 않은 날이다.
이중적인 내 모습에 클루지가 잔뜩 껴있음을 느끼며 짧았던 오늘의 소임을 마무리 짓고자 한다.
내일은 더 괜찮은 내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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